3세 감정조절 놀이기술 (이름붙이기, 숨쉬기, 그림)
세 살 아이는 ‘감정’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막 배우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말로 감정을 표현하기는 어렵고, 대신 울거나 떼를 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곤 하죠. 엄마이자 육아 전문가인 제 입장에서 볼 때, 이 시기에 감정조절을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도와주는 건 참 중요합니다. 특히 ‘이름 붙이기’, ‘숨쉬기’, ‘그림 그리기’ 같은 활동은 아이의 감정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실제로 해보고 효과를 본 방법들을 중심으로, 3세 아이에게 꼭 필요한 감정조절 놀이기술을 소개드리겠습니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부터 시작해요
아이의 감정을 다루는 첫걸음은 ‘이름 붙이기’예요. 예를 들어,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릴 때, 우리는 그저 "왜 그래?"라고 묻기보다, “화났구나, 지금 속상한 마음이야?”라고 말해주는 게 훨씬 도움이 돼요. 그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아, 내가 느끼는 이 복잡한 감정에도 이름이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신호가 되거든요. 제가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이 단계를 놓친 적이 많았어요. 울면 달래고, 짜증 부리면 혼내는 식이었죠. 그런데 둘째를 키우면서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줬어요. 예를 들어, 넘어져서 울 때 “무서웠지?”, “놀랐구나” 하고 말해주면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음이 좀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감정 이름 붙이기를 반복하다 보면, 아이가 스스로 “지금 나 속상해” 혹은 “기분 나빠”라고 말할 수 있게 돼요. 그게 바로 감정조절의 시작이자, 자기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는 첫 단계랍니다. 이런 언어 표현은 훈육이나 지시보다 훨씬 강력한 감정 코칭이 된다는 걸, 두 아이를 키우며 뼈저리게 느꼈어요. 엄마나 아빠가 감정 이름을 자주 말해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그 단어를 익히게 되고, 점차 자기도 그 단어를 사용하게 돼요.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에요. 때론 “이 기분은 뭘까?” 하고 저도 함께 고민하기도 해요. 아이와 나란히 앉아 “속상한 건 마음이 아플 때 느껴지는 거야”라고 차분히 이야기 나누는 시간, 그 자체가 감정조절 훈련이에요. 특히 아침이나 자기 전처럼 일상이 반복되는 시간에 감정 이름을 붙여주는 루틴을 만들면, 아이는 점차 감정이 흘러가는 방식을 익히게 됩니다. “오늘 유치원에서 기뻤어?”, “그건 좀 서운했겠다” 같은 짧은 문장이 쌓이면, 아이 마음속에 감정 단어들이 점처럼 박히는 거죠. 어느 날 아이가 먼저 “나 오늘 속상했어”라고 말해줄 때, 엄마로서의 감동은 말로 다 못 해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표현해도 괜찮다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 마음이 안전하게 열릴 수 있도록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더 마음을 담아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쉬기 놀이’
아이들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거나 떼쓰는 순간, 감정의 파도가 한창 높이 밀려오고 있는 상태죠. 이때 필요한 건, 그 파도를 조용히 가라앉힐 ‘숨쉬기’예요. 숨쉬기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감정조절 도구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 쉽고, 도구도 필요 없어요. 처음엔 아이에게 “깊게 숨을 쉬어 봐”라고 해도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요. 그래서 저는 ‘꽃향기 맡기 놀이’로 시작했어요. 손을 코 앞에 대고 “예쁜 꽃이 있어~ 한 번 냄새 맡아볼까?” 하고 따라 하게 하는 거죠. 그다음 “이제 촛불을 불어볼까?” 하면서 천천히 후~ 불게 해요. 이렇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가 점차 진정되는 걸 느껴요. 둘째는 특히 감정 표현이 강해서, 화가 날 땐 온몸을 던지기도 했어요. 그럴 때 제가 같이 바닥에 앉아 “이제 꽃냄새 맡자~ 후~ 불자~” 하며 눈을 마주치고 숨쉬기 놀이를 반복하면, 점점 눈물이 멈추고 심박수가 가라앉는 게 보여요. 몸이 차분해지면 그제야 아이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더라고요. 숨쉬기 놀이는 단순한 호흡 훈련이 아니라, 감정을 받아들이는 틀을 만들어줘요. 아이가 스스로 “나 숨쉬기 할래”라고 말하는 날이 오면, 그만큼 자기 감정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는 거예요. 이걸 3세 아이가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반복적으로 놀이처럼 도와준 결과랍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숨쉬기를 아이가 두려움 없이 ‘안심하는 공간’에서 하게 하는 거예요. 꾸짖거나 다그치지 말고, 조용히 아이 옆에 앉아서 같이 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엄마랑 함께 이 감정을 지나가는 중’이라고 느껴요. 그것이 곧 자기조절의 시작이에요. 숨쉬기 놀이가 익숙해지면, 아이는 그걸 자기만의 ‘진정 루틴’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때로는 스스로 "이제 숨쉬기 하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럴 땐 그 조용한 순간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 수 있어요.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멈추는 습관은 평생을 가는 소중한 기술이니까요. 특히 잠들기 전 숨쉬기 루틴을 함께 하면 아이 마음이 정돈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전 잠자기 직전에 “오늘 하루 어땠어?” 하고 말한 뒤, 숨쉬기 세 번 함께 하고 재우곤 해요. 감정과 몸, 하루를 천천히 마무리하는 이 시간이 아이에게는 하루 중 가장 따뜻한 기억일지도 몰라요.
감정을 꺼내주는 ‘그림 그리기’
아이들이 말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기엔 아직 표현이 서툴고 어휘도 부족해요. 이때 큰 도움이 되는 게 바로 ‘그림’이에요. 그림은 아이 마음속 감정을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자유로운 방법이에요. 제가 아이들과 함께한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감정을 주제로 한 그림 놀이예요. “오늘은 기분이 어땠어?” 하고 물은 다음, 크레파스나 색연필을 꺼내서 “그 기분을 색으로 그려볼까?” 하는 거예요. 아이가 까만색으로 막 칠하면 “오늘 뭔가 화났구나?” 하고 이야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어요. 한 번은 둘째가 이유 없이 하루 종일 짜증을 내길래 “기분 색칠해볼래?” 하고 A4용지를 꺼냈어요. 아이가 진한 보라색으로 종이를 덮는데, 그 모습에서 무언가 눌린 감정이 보였어요. 같이 그림을 그리면서 “이 색은 어떤 기분이야?” 하고 물으니, 고개를 푹 숙이며 “동생이 내 장난감 망가뜨렸어”라고 말했어요. 그 한마디가 아이 마음을 풀어주는 열쇠가 되었어요. 그림 그리기는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훈련이에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들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그리고 중요한 건, 그 그림을 해석하기보다 그림을 통해 감정을 함께 느껴주는 자세예요. “이건 왜 그렸어?” 하고 캐묻는 게 아니라 “이런 기분이구나, 엄마도 그런 적 있었어”라고 공감해주는 거죠. 무엇을 그렸느냐보다, 그리는 시간 동안 아이가 감정에 집중하고, 엄마와 교감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그 과정이 쌓일수록 아이는 더 이상 감정을 안으로 쌓아두지 않게 돼요. 그림은 말보다 솔직하고, 아이에게는 가장 안전한 감정 통로랍니다. 그리고 그리기 활동을 확장해서, 스스로 스티커나 색지를 골라 감정 일기를 만들게 해도 좋아요. 아이가 만든 ‘기분 노트’에는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무표정 그림이 섞여 있죠. 매일은 어렵지만, 일주일에 한 번만 해도 아이 스스로 자기 감정을 관찰하는 힘이 생겨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그림을 둘러보며 “이땐 이랬구나” 하고 말해주는 엄마의 시선이 중요해요. 그림 속 감정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틀렸다고 말하지 않고 “그랬구나, 엄마는 몰랐네”라고 반응하면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게 바로 감정 조절의 긍정적인 순환이에요.
감정을 다룬다는 건, 아이 마음을 이해하는 연습입니다
3세 아이에게 감정조절을 가르치는 건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어요. ‘감정 이름 붙이기’, ‘숨쉬기’, ‘그림 그리기’ 이 세 가지 방법은 아이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따뜻한 도구입니다. 그 도구를 매일매일 놀이처럼 사용해준다면, 아이는 어느 순간 자신만의 감정지도 위를 걸어가기 시작할 거예요. 감정을 함께 들여다보는 이 따뜻한 시간들이 결국 아이의 평생 감정 관리 습관을 만들어줍니다. 아이에게 ‘내 감정은 존중받는다’는 믿음을 심어주면, 스스로도 남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작은 일상 속 공감이 아이 마음에 깊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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