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이름 불러도 안보는 이유 (주의산만, 언어인지, 소통방법)
두 돌이 막 지난 아이가 엄마가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으면, 걱정부터 앞서는 게 부모의 마음이죠. "혹시 발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부터 "아이가 나를 무시하는 걸까?" 같은 고민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는 2세 아이들 특유의 주의력 발달, 언어인지의 성장 속도, 그리고 소통 방식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겪은 실제 경험과 육아 전문가의 시선으로, 아이가 왜 엄마의 부름에 반응하지 않는지를 따뜻하게 풀어드릴게요.
주의산만, 그 자체가 발달의 일부일 수 있어요
2세 아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답니다. 조그만 먼지, 지나가는 그림자, 바닥에 굴러다니는 단추 하나에도 온 마음이 집중돼요. 우리 어른들은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이들은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이나 흥미로운 것에 반응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엄마가 다정하게 부른다 해도, 그 순간 아이가 벽지의 색깔에 빠져 있거나 장난감 바퀴를 돌리고 있다면, ‘듣고도 무시한다’기보다는 ‘그쪽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에 가까워요. 저희 둘째도 그랬어요. 분명히 제 눈앞에서 노는데, 제가 “하은아~” 하고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밀려왔죠. 첫째는 비슷한 시기에도 잘 반응했던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집중하고 있는 장난감을 치우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니 금세 반응하더라고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선택적인 주의집중을 배우는 과정 중에 있다는 걸요. 이럴 땐,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과 엄마의 부름 사이를 연결해주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아이가 블록을 쌓고 있다면 "하은아, 그거 멋지다! 엄마가 옆에 앉아도 돼?" 하고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러주면, 아이는 ‘이름 = 좋은 감정, 대화의 시작’이라는 연결고리를 조금씩 만들어가요. 아이의 주의산만은 부모 입장에서 보면 걱정스럽지만, 실제로는 뇌의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아직은 세상 모든 자극이 새롭고,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것에 관심이 널뛰듯 움직일 수밖에 없죠. 이런 시기의 아이에게는 ‘주의 집중’보다 ‘흥미 유도’가 더 중요하답니다. 즉,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선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말투와 상황이 함께 작용해야 해요. 예를 들어, 엄마가 딱딱한 목소리로 이름만 부르는 것보다, 놀고 있는 주제에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말을 건네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저는 딸이 퍼즐 맞추기에 빠져 있을 때 “하은아, 이거 엄마랑 같이 맞춰볼까?”라고 말하면 반응이 더 빠른 걸 자주 느꼈어요. 이처럼 ‘주의산만’은 아이의 ‘무관심’이 아니라 ‘몰입의 형태’일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중요한 건, 아이의 집중을 존중하면서도 부드럽게 소통의 문을 여는 연습이에요.
언어 인지 발달 속도, 아이마다 정말 달라요
말을 잘하는 아기, 말이 늦는 아기. 비교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어도, 또래 아이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쿡쿡 찔릴 때가 있죠. 특히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이 없다면, 혹시 언어 이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기의 언어 인지는 단어를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듣고 이해하고 그 의미를 연결짓는 능력까지 포함돼요. 그래서 어떤 아이는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긴 하는데 다른 반응은 없고, 또 어떤 아이는 아무 반응 없이 자기 할 일만 계속해요. 그건 반드시 ‘못 알아들은 것’이 아니라 ‘내가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첫째 아이가 그랬어요. 말은 또래보다 빠른 편이었는데,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렸어요. 놀이터에서도 부르면 돌아보지 않아서 마음을 졸인 적이 많았죠. 하지만 언어 치료사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아이마다 듣고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지금은 ‘정보 처리 속도’가 중요한 시기”라고요. 언어 인지가 늦다는 건 꼭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조금 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말하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뜻이죠. 반복적으로 이름을 불러줄 때도 그냥 ‘하은아’ 하고 끝내지 말고, “하은아, 이거 같이 해볼까?”처럼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문장 속에 이름을 넣어주세요. 그러면 점점 더 ‘이름을 부르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언어 인지는 단순히 단어를 말하는 능력만으로 측정할 수 없어요. 실제로 많은 2세 아이들은 머릿속에서 단어와 상황을 연결하는 중간 과정에 있어요. 예컨대 엄마가 “하은아, 이리 와”라고 말해도, 아이는 그 말이 지금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죠. 특히 언어 자극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반응 속도가 더 느릴 수 있어요. 저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말보다는 그림책이나 행동으로 먼저 표현해주면 이해가 더 빠르다는 걸 느꼈어요. 아이 이름을 부를 때도 말만 하지 않고, 손짓을 곁들이거나 아이 눈높이에서 시선을 맞추며 이야기하면 훨씬 잘 반응하더라고요. 아이의 언어 인지는 천천히, 반복적으로 자극되며 성장하는 거예요. 지금 조금 느리더라도, 애정을 담아 지속적으로 말을 걸어주는 것이 결국 아이의 언어발달을 도와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름 부름은 '명령'이 아니라 '소통'이 되어야 해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 무심코 ‘주의를 끌기 위한 명령’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은아! 하지 마!”, “하은아! 거기서 나와!”처럼요. 물론 안전이나 질서상 꼭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이름이 이런 식으로만 반복되면 아이 입장에서는 ‘이름 = 혼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제가 직접 겪은 일인데요, 어느 날 둘째가 TV 리모컨을 던졌어요. 반사적으로 “하은아! 안돼!” 하고 말했죠. 그런데 그 순간 아이 표정이 얼어붙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이름만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어요. 아이의 이름은 ‘혼나는 시작’이 아니라 ‘소통의 연결’이 되어야 한다는 걸요. 그래서 이름을 부를 땐, 평상시에도 따뜻하게, 부드러운 말투로 자주 불러주세요. “하은아, 오늘 기분 어때?”, “하은아, 엄마가 너무 사랑해” 같은 말은 아이 마음에 따뜻한 인상을 남겨줍니다. 이름을 부르면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 좋은 일이 시작된다는 느낌을 자꾸자꾸 심어주는 거예요. 또 중요한 건 ‘눈 맞춤’이에요. 아이가 엄마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 쌓여야, 이름을 부를 때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됩니다. 엄마의 감정, 목소리, 눈빛을 통해 아이는 ‘소통’을 배웁니다. 이름은 결국 대화의 문을 여는 열쇠니까요.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아이를 볼 때, 엄마는 ‘소외된 기분’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상황이 꼭 아이가 엄마를 무시하는 건 아니랍니다. 많은 경우, 아이는 이름이 단순히 부르는 말이 아닌 ‘경고의 시작’이라 여길 수 있어요. 이름을 부르자마자 금지어가 따라왔던 기억이 쌓이면, 아이는 점점 그 소리를 회피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아이의 이름을 ‘행복한 순간’과 자주 연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하은아, 엄마가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같은 말이에요. 이렇게 긍정적인 문맥 속에서 이름이 자주 들리면, 아이는 점점 이름 부름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사랑의 신호임을 받아들이게 돼요. 또, 하루 중 이름을 불렀을 때 얼마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와의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걸, 저도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어요.
결론: 아이의 반응에는 항상 이유가 있어요
아이들은 다 다릅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고집이나 무시가 아니라, 주의산만함, 언어 인지의 발달 속도, 그리고 소통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의 조급함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따뜻한 반복과 기다림이 가장 큰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이 ‘훈육’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 되도록, 오늘도 아이와 따뜻하게 눈을 마주해보세요. 부모의 작은 말투 하나, 손짓 하나가 아이의 반응을 결정짓는 시기예요.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이 아이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도록, 오늘 하루 한 번 더 다정하게 불러주세요. 비교보다는 관찰, 지적보다는 공감이 아이를 더 크게 성장시켜줄 거예요. 지금 이 순간, 아이는 우리가 주는 사랑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