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편식교정 음식 소개법 (채소그림책,식사모델링,식재료탐색)
2세 아이의 편식은 모든 부모에게 익숙하면서도 또 막막한 주제입니다. 저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며 밥상 앞에서 속상한 마음을 수없이 겪었어요. 하지만 육아전문가로서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고, 엄마로서 직접 겪은 시행착오 덕분에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이 글에서는 편식을 줄이는 따뜻한 방법 세 가지, 채소그림책, 식사모델링, 식재료탐색 놀이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웃고 실패했던 진짜 경험을 녹여내 봅니다.
채소그림책으로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아이가 식탁에서 채소를 밀쳐낼 때, 그게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둘째가 24개월이었을 때였어요. 말이 트이기 시작하고 세상이 더 궁금해지는 시기인데, 정작 채소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향과 식감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 밥상에서 채소를 강요하기보다는, 그림책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어요. ‘당근 유치원’, ‘브로콜리 엄마’, ‘채소 나라의 여행’ 같은 책은 채소들이 캐릭터로 등장해서 아이들에게 익숙한 친구처럼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실제로 첫째는 ‘피망 요정’을 보며 피망은 안 먹어도 피망 요정 이야기는 매일 해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이야기 속에서 채소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재미있고 친근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면, 어느 순간 입에 넣어보는 시도가 생기기 시작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먹이기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재미로 읽는 그림책”이라는 점이에요. 아이들은 부모의 의도를 금세 알아차리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이 채소 먹자~” 하는 순간 경계가 생겨버리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얘 너무 웃기지 않아?”, “이 피망 표정 봐봐” 하면서 웃고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노출만 계속했어요. 책으로 채소를 인식시키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깊이 남고, 한 번 거부감이 줄면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림책을 읽고 난 뒤에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 속 채소를 찾아보는 활동도 해보았어요. 예를 들어, 책에 등장한 당근이나 피망을 진짜로 보여주면서 “이거 책에서 나왔던 거 기억나?” 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거죠. 실제 채소를 보면 아이들은 처음엔 살짝 주저하지만, 호기심은 분명히 있어요. 이럴 때 “만져볼래?” 하면서 냄새를 맡게 하거나 껍질을 벗기는 걸 보여주면, 아이의 경계심이 훨씬 낮아지더라고요. 꼭 먹이지 않아도 돼요. 아이가 ‘채소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첫걸음이에요. 그리고 매번 읽는 그림책에 익숙해지면 아이는 점점 그 채소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 변화가 천천히 오더라도, 진짜 의미 있는 변화예요.
식사모델링, 아이는 보고 따라해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엄마 아빠가 먹는 걸 따라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게 참 어려웠어요. 둘째 돌 지나고 편식이 심해지던 때, 저도 입맛 없는 날엔 반찬 골라먹고 밥대충 넘기고 그랬거든요. 아이 앞에서 뭐든 건강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요. 어느 날 첫째가 “엄마는 고구마 안 먹잖아”라고 말했을 때, 저는 정말 뜨끔했어요. 그 이후로는 다짐했죠. 최소한 아이가 보는 앞에서는 저도 고루 먹자고요. 특히 채소를 먹을 땐 “엄마는 이거 너무 좋아~ 향이 너무 좋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표정도 밝게 연기 아닌 연기를 했어요. 아이들은 진심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채니까, 억지로가 아니라 ‘진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남편과 식사할 때는 ‘일부러 과장되게 리액션하기’를 게임처럼 하기도 했어요. “오! 이 브로콜리 진짜 부드럽네?”, “이 시금치가 입에서 사르르~” 이런 식으로요. 아이는 처음엔 관심도 없었지만, 일주일, 이주일 반복되니 슬쩍 따라 하더라고요. 한 조각 입에 넣고 “엄마 이거... 맛없진 않네?” 이런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울컥했어요. 식사모델링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교육이라는 걸 저는 체감했어요.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보여주고 기다려주는 것. 그게 아이가 자기 템포로 편식을 줄이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더라고요. 그리고 아이가 한 번이라도 새로운 채소를 시도했을 땐, 아주 크게 반응해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둘째가 처음 오이 한 조각을 먹었을 때 저는 박수를 쳤고, 큰소리로 “와~ 엄마 너무 기뻐!”라고 했어요. 그 순간 아이 눈이 반짝였던 걸 잊을 수 없어요. 이건 칭찬이라기보단 자연스러운 기쁨의 표현이었고, 아이도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더라고요. 또 한 가지 도움이 되었던 건, 식사 중에 아이에게 선택권을 조금 주는 거예요. “이 브로콜리 먼저 먹을래? 아니면 당근?” 같은 질문을 하면, 아이는 스스로 결정했다는 느낌에 거부감이 줄어들어요. 어른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아이에겐 그 작은 선택이 자기주도적인 첫 걸음이에요. 이 작은 변화들이 쌓여서 식탁 분위기를 훨씬 긍정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식재료탐색, 놀이처럼 접근해보기
아이에게는 밥상이 곧 ‘학습의 장’이기도 해요. 맛있게 먹는 것뿐만 아니라, 냄새 맡고 만져보고, 심지어 거부해보는 것까지도 그 나이의 중요한 경험이죠. 둘째가 2세였을 무렵, 채소를 조금도 먹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날 유아 요리놀이 수업에서 “식재료 탐색 놀이”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아이에게 채소는 먼저 ‘관찰’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걸요. 우리는 흔히 요리를 하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지만, 아이들은 그 준비과정 하나하나가 놀이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장을 보고 오면 일부러 아이들 앞에 채소를 늘어놓고 하나하나 만지게 했어요. "이거 뭐 같아?", "이 단무지 냄새 어때?" 하고 이야기해보기도 하고요. 직접 씻어보게 하거나, 자르지 않은 상태의 브로콜리를 보여주면서 “이건 작고 푹신한 나무 같지 않아?”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채소를 무섭게 느끼지 않아요. 또 놀이용 주방 도구로 채소를 썰거나 찧어보게 하면서, 요리 과정을 ‘내가 해봤다’는 자긍심도 주고요. 특히 첫째는 양파를 만지면서 “눈 매워~” 했던 게 너무 인상 깊었는지, 그 이후 양파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어요. 물론 먹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관찰한 채소는 한결 덜 낯설고, 거부감도 덜하더라고요. 탐색 과정에서 저는 종종 채소 스티커북이나 시장놀이 세트를 활용하기도 했어요. 채소 이름 맞추기, 그림자 찾기, 모양 짝짓기 같은 간단한 활동이지만, 아이에게는 ‘재밌는 놀이’로 인식되니까 훨씬 적극적으로 반응하더라고요. 특히 주말마다 작은 채소 바구니를 준비해서 “오늘은 무슨 채소 탐험을 해볼까?” 하는 식으로 테마 놀이를 만들어주면 아이가 신나게 따라와요. 채소 이름을 하나씩 외우고, 어떤 건 무르고 어떤 건 딱딱한지도 직접 느껴보게 하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 식사시간이 오히려 기대되는 순간이 되기도 해요. 또, 채소를 익히지 않은 상태로 놀이한 후, 조리된 같은 채소를 보여주면서 “우리 아까 놀던 거랑 똑같은 거야” 하고 연결하면 아이는 호기심으로 한 입 시도하기도 해요. 경험이 곧 친숙함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에요.
결론: 억지 먹이기보다 천천히 함께, 즐겁게
2세의 편식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이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해요. 채소그림책은 아이에게 채소를 먼저 ‘친구’로 소개해주고, 식사모델링은 엄마 아빠의 행동을 따라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식재료탐색은 아이가 스스로 “먹어볼까?”라고 말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과정이지요. 저는 아이가 채소 한 입을 먹고 “이거 맛있다”라고 말했을 때, 그 한 마디에 그간의 인내와 노력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오늘도 그 말을 듣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스스로 잘 먹는 아이로 자라기 위해, 우리는 조금씩 채소와 친해지는 놀이를 반복하고 있어요. 육아는 정답이 없고, 특히 편식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반복되는 작은 시도들이 결국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오늘도 그 여정을 함께 걷는 모든 부모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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